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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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 현대시조 제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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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 현대시조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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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이발사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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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
1연
이발소 거울 너머
그이의 눈썹을 봐요
긴장과 침묵이 자라죠
2연
미제라 불린 비누
사치란 죄로 묶이며
삶이 늘 단속돼요
3연
분단의 가위질에
꿈도 반쪽이 되었죠
사랑은 검열받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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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조는 ‘이발사’라는 직업의 평범함을 통해 북한 일상 속 억압과 분단의 그림자를 그려냅니다. ‘거울 너머 눈썹’은 감시당하는 일상과 내면의 공포를 상징하며, ‘미제 비누’는 물질적 욕망에 대한 죄의식과 통제의 메타포로 등장합니다. 마지막 연의 ‘가위질’은 이발사의 도구이자 분단이 인간의 삶과 사랑을 자르는 상징적 도구로 재치 있게 활용됩니다. 이는 여성의 시선에서 본 분단의 실상을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압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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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의 평론
〈거울 속의 북한, 그리고 사랑의 검열 – 여성 서사의 분단문학〉
박성진(칼럼니스트·시인)
이 시조는 분단이 정치나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 일상과 사랑의 층위까지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발사의 아내’라는 비(非) 정치적 인물의 시선을 통해, 독자는 **북한 사회의 숨죽인 정동(情動)**에 접근할 수 있다.
‘거울’은 감시 체제의 장치이자 자아 인식의 틀로, 이발사의 눈썹을 통해 긴장과 공포가 드러난다. ‘미제 비누’는 사소한 소비조차 정치적 판단으로 환원되는 북한 내부의 단면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며, 사랑조차 검열되는 체제 아래 여성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절절히 전해진다.
무엇보다 시는 겉으로는 정제된 시조의 형식을 따르되, 그 내면에는 분단이라는 ‘비가시적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박성진 시인은 분단문학에 있어 ‘여성 서사의 부재’를 메워가는 창조적 시도를 통해 현대시조의 새로운 윤리적 가능성을 열고 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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