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분단문학 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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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현대시조 분단문학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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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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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 1연
저기 북녘의 산등성이
바람 하나 건너올 수 없다면
어찌 내 시심이 날 수 있으랴
2연
자유는 보이지 않고
깃발만 바람을 흔드니
누가 이 국경을 그었는가
3연
나는 흙을 문지르며
조국의 얼굴을 찾아낸다
눈동자에 먼지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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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심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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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핵심 주제
이 작품은 바람을 매개로 한 경계의 문제를 다룹니다.
윤동주가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하늘을 그리워했다"는 식의 자연 이미지로 자유와 통일된 마음을 품었던 시인이라면, 박성진 시인은 그 바람조차 국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즉, 이 시는 분단이 육체의 경계가 아니라, 감성의 경계로까지 확장되었음을 고발하고, 그 속에서도 시인으로서 ‘자유와 조국’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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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 해석
> 저기 북녘의 산등성이 / 바람 하나 건너올 수 없다면 / 어찌 내 시심이 날 수 있으랴
시적 자아는 북쪽을 바라보며 시를 시작합니다. ‘바람’은 자유로운 감성, 민족적 교류, 언어의 매개체로 읽힐 수 있는 상징적 요소입니다. 그 바람조차 산등성이를 넘지 못한다면, 시조를 짓는 시심(詩心)—즉, 영혼의 날개—도 펴질 수 없다는 자조가 담깁니다.
윤동주는 시에서 자연과 영혼을 자주 연결 지었습니다. 이 시는 그 연결이 ‘단절된 민족 현실’로 인해 끊겼음을 한탄합니다.
이는 윤동주의 시세 걔가 보여준 자연과 윤리의 일체감을 오늘의 인공적 분단이 얼마나 심하게 해체하고 있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시적 항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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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해석
> 자유는 보이지 않고 / 깃발만 바람을 흔드니 / 누가 이 국경을 그었는가
이 연에서는 시적 언어가 한층 직설적으로 바뀝니다. 자유란 본래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합니다.
대신 눈앞에는 '깃발'만 있습니다.
깃발은 민족적 정체성이나 국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권력과 분열을 선동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깃발은 자유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부재를 위장하는 흔들림의 위선으로 나타납니다.
“누가 이 국경을 그었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정치적 책임 추궁만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자유롭고자 할 때 반드시 부딪히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윤동주가 〈참회록〉에서 “나는 나에게 소리 없이 손을 내밀었다”라고 했던 양심의 고백이, 여기서는 분단의 경계선에 묻는 도덕적 심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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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 해석
> 나는 흙을 문지르며 / 조국의 얼굴을 찾아낸다 / 눈동자에 먼지를 씻는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흙'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통해 조국의 실체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흙은 윤동주의 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근원적 생명력과 정체성의 은유입니다.
시적 자아는 그 흙 위에서 잊힌 조국의 진짜 얼굴을 찾고자 손으로 문지릅니다.
여기서 흙은 피부와 피부가 맞닿은 민족의 살결이기도 하고, 동시에 시심의 원천이 되는 민족의 기억입니다.
‘눈동자에 먼지를 씻는다’는 구절은, 비로소 현실의 이념적 안갯속에서 진실을 보기 시작하는 자각의 행위입니다.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순수한 시선은, 이 시에선 먼지 낀 눈동자에서 스스로를 씻어내는 윤리적 실천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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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리 및 미학적 특징
요소 설명
주제의식 분단된 현실 속에서 자유, 시심, 민족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내면 항쟁
윤동주 계승성 자연(바람, 흙)과 자아의 도덕성 연결 / 질문 형식의 시구 / 비가시적 진실에 대한 탐색
현대시조로서의 구조미 3연 구성 안에 절제된 감정과 사유를 압축적으로 담음. 시조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정치성과 철학을 통합함
감각과 철학의 조화 시각(산등성이, 깃발, 흙)과 촉각(문지름), 내면(시심, 자유, 질문)을 유기적으로 엮음. 윤동주의 ‘감성과 양심의 시’를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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