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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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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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 황진이와 김은심의 대화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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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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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 밤도 나 홀로네
진청 고름 접으며 넋 잃은 민족 부르며
고요 속에 피운 술잔, 북녘 님은 오시나
김은심
어머님도 말씀하셨지 금단의 선 너머로
눈물 고인 저 초소는 꽃이 필 수 없다고
하지만 난 꿈을 꾸네 한계선도 지운 꿈을
황진이
백두에서 날아온 바람도 옛 숨결인데
피리 소리 묻힌 지 오백 해가 흐르니라
어느 누가 이 몸 대신 이 강산을 닦을런가
김은심
황진이 님, 그대 뜻을 이 땅에 품겠습니다
치마폭에 안은 시심, 그 눈빛에 불 붙여
서러운 강 건너서도 사랑은 끊기지 않죠
황진이
사랑했다, 내가 산 것 그 또한 님이기에
노을마다 술을 부어 그리움만 빚었건만
지금도 난, 분단보다 더 질긴 ‘기다림’이오
김은심
분단 또한 님의 운명, 내게 남은 이 계승
꽃이 되고 길이 되어 님의 숨결 전하리니
여인으로 피운 시심 통일의 불씨 되기를
황진이
동짓달 긴 새벽에도 별은 떠 있던 것을
피 맺힌 내 생애조차 결국엔 노래되리니
무너진 그 철책선에 매화가 피면 되겠지요
김은심
황진이 님, 이 시조로 마주 잡은 그 손끝에
통일이라는 이름, 나도 함께 실어봅니다
여인도 나라를 품고 시대를 건넙니다요
황진이
너도 나도 조선의 딸, 혼잣말로 울지 말고
달빛 아래 두 여인이 이 겨레를 노래하세
울음 끝에 웃음 나고, 그 끝에 평화 오리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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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 박성진 시인
이 작품은 조선의 기생이자 시인, 예술과 자존의 상징인 황진이와 21세기 여류 시인 김은심이 시대를 초월해 대화하는 시조 서사시입니다.
시조 형식에 근거하여 엄격하게 구성되었으며, 한 수씩 교차되는 방식으로 8수 듀엣 시조, 총 16연의 대서사시로 펼쳐집니다.
첫 수에서 황진이는 민족의 분단을 **‘오지 않는 님’**에 비유하며 한민족의 애틋한 분단의 아픔을 읊습니다.
김은심은 이에 화답하여, 금단의 선 너머에도 사랑과 시심은 꺾이지 않음을 밝히며 황진이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정한(情恨)을 민족적 정서로 끌어올리며, 여성 시인들의 통일 염원과 역사의식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황진이의 “노을마다 술을 부어 그리움만 빚었건만”이라는 구절은, 단순한 개인적 이별의 노래가 아니라, 민족 전체의 단절된 역사를 은유하는 시어로 읽힙니다.
김은심의 “통일이라는 이름, 나도 함께 실어봅니다”는 21세기 여인의 자기 선언이자 시적 선포로서,
이 시의 정점을 이룹니다.
이 시조는 전통을 지키되 시대를 초월하며, 여성 시인의 목소리로 분단을 넘어선 통일의 미학을 보여주는 참된 현대 시조입니다.
특히, **‘두 여인의 시적 연대’**라는 형식을 통해 이념과 전쟁의 상처를 넘어서는 시적 치유의 길을 제시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