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황진이 시인, 김은심 시인>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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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젖은 한계선 — 황진이와 김은심의 대화시조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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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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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속옷까지 젖는 밤은 그리움이 무거워라
울먹이며 부르던 님 목소리도 바래지고
시린 별이 차가운 건 내 맘 닮아 그러하리
김은심
문을 닫고 엎드리면 창가에 들리는 숨결
분단이란 말보다 더 잔인한 건 기다림
비녀처럼 꽂아 두고 천리를 참아냅니다
황진이
가야금 줄 몇 올인가 애써 꿰매보았소
허공에도 엮일 진정 님과 나의 시심을
닿지 않아도 흐르는 건 피가 아니라 시요
김은심
그 말씀에 가슴 젖어 샛별 붙잡았습니다
누구에게 허락된 건 사랑 아닌 고통뿐
그래도 난 사는 거죠 이 시를 들려주려고
황진이
울다 웃다 다시 울면 꽃이 피는 법이라니
붉게 핀다 매화 가진 벌써 봄을 아는구려
하늘도 모르게 운다 나도 울고 그대도요
김은심
황진이 님, 분단의 밤 천년처럼 길어도요
당신처럼 목을 매듯 시를 안고 살겠습니다
그리운 건 북녘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황진이
조선의 달, 넌 아직도 이 강산을 비추느냐
장안의 가무 흘러간 뒤 남은 건 이 목소리
나라보다 사랑했던 내 마음은 여전하다
김은심
달이 뜨면 나는 엎드려 글썽이는 물을 봐요
휴전선의 은하수는 북도 남도 감쌌어요
결국은요, 같은 별빛, 같은 운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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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 박성진 시인
이번 2탄의 대화시조는 1탄보다 한층 더 애절하고 내면적입니다.
분단을 사랑과 기다림, 시심과 인내로 풀어낸 여인들의 목소리는,
이념보다 더 깊고, 전쟁보다 더 오래 남는 정서적 분단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황진이는 “가야금 줄 몇 올인가 애써 꿰매보았소”라며 분열된 민족의 운명을 예술의 끈으로 잇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김은심은 “분단이란 말보다 더 잔인한 건 기다림”이라 고백하면서,
분단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여성의 비애와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마지막 수 “같은 별빛, 같은 운명 아닐까요”는
더 이상 이념과 선을 넘나들지 않고,
서로를 **‘같은 별빛’**으로 보는 시인의 화해적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시조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한 여성 시인의 시심과 전통 정한의 언어로 섬세히 풀어낸 작품으로,
한국 현대시조의 중요한 장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황진이의 영혼과 김은심의 시심이 공명하며,
달빛 아래 통일의 숨결을 기다리는 여성의 목소리로 울려 퍼집니다.
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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