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의 귀향

박성진 시인의 아내 ♡김은심 시인의 보석이야기

by 박성진

박성진 칼럼니스트



《보석과 사람》


제3편: 사파이어의 귀향


김은심 시인


푸르른 저녁빛이

밤하늘을 닮았나

아버지 눈매 같은 바닷속에 잠기네


유년의 파도소리

귓가에서 출렁여

지문 속에 숨어 있던 고향이 피어난다


돌아와 무릎 꿇고

별 하나 품었을 때

사파이어, 긴 이별을 안고서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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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박성진 칼럼니스트


〈사파이어의 귀향〉은 김은심 시인이 푸른 보석 ‘사파이어’에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고향의 회귀를 중첩시켜 표현한 감성의 시조다.

이 작품은 단지 귀중한 보석을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삶의 뿌리, 유년의 정서, 가족의 존재와 화해의 순간을 천천히 되짚는다.


1연은 “푸르른 저녁빛”, “아버지 눈매”, “바닷속” 등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여기서 사파이어는 단지 보석이 아니라 아버지의 눈빛과 바다의 품으로 상징화된다. 사파이어가 담고 있는 짙은 푸름은 저녁노을과 아버지의 침묵, 그리고 그 안의 깊고 고요한 사랑과 닮아 있다.


2연은 고향을 감각적으로 불러낸다. “유년의 파도소리”가 귀를 스치고, “지문 속에 숨어 있던 고향”이 피어난다는 구절은 기억이 몸 안에 새겨져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 연은 사파이어라는 보석을 기억의 매개체로 쓰며, 사라졌던 고향의 정서를 되살려내는 구조다.


3연에서는 귀향의 행위 자체가 절정에 이른다. “돌아와 무릎 꿇고 / 별 하나 품었을 때”는 겸손과 기도, 그리고 우주의 한 점을 껴안는 사랑의 자세를 나타낸다.

마침내 “사파이어, 긴 이별을 안고서 빛이 된다”는 구절은 이 시의 핵심이다.

즉, 이별과 시간이 빚은 그리움이야말로 사파이어가 빛을 품는 원천임을 말한다.


보석이 되기 전의 사파이어는, 끊임없는 고통과 압력을 견딘 광물일 것이다.

김은심 시인은 그 과정을 삶의 여정, 귀향의 은유, 그리고 사랑의 성숙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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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보석’이 ‘사람’과 만날 때

얼마나 풍부한 내면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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