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도 별이 뜨는가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DMZ에도 별이 뜨는가





〈DMZ에도 별이 뜨는가〉



박성진 시인


초장


철조망 끝 어둠 속에 메마른 들꽃 하나,


중장


사람 없는 경계선에 별빛마저 숨을 죽여,


종장


밤마다 총성 지나면 별이 먼저 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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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평론 ‘DMZ에도 별이 뜨는가’ – 별빛은 울 수 있는가

박성진 칼럼니스트


시인은 이 짧은 시조 안에, 한반도의 분단 70여 년이 품고 있는 깊고 아픈 상흔을 고요히 들여다본다. 시조라는 한국적 정형시의 엄격한 틀 안에서, 박성진 시인은 경계와 침묵, 그리고 슬픔의 기호로서 **‘별’**을 불러낸다.


1. 시적 배경과 상징체계 – 철조망, 들꽃, 별빛


**초장 ‘철조망 끝 어둠 속에 메마른 들꽃 하나’**는 곧장 시각적 이미지와 상징으로 독자를 분단의 공간으로 이끈다. 여기서 철조망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다. 그것은 이념의 벽이며, 전쟁의 흔적이자 사라진 이름들의 감옥이다. 그 끝자락에 메말라 피어난 ‘들꽃 하나’는 이 땅의 평화를 꿈꾸는 이름 없는 존재들, 그리고 DMZ에 홀로 피어나는 야생의 생명성을 상징한다. 분단을 뚫고 피어난 이 들꽃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자유의 형상이다.


**중장 ‘사람 없는 경계선에 별빛마저 숨을 죽여’**는 더욱 깊은 정서를 암시한다. 이 공간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주지이며, 그 침묵은 생명이 아닌 죽음의 침묵이다. 별빛조차 숨을 죽이고 있다는 표현은, 시인이 자연의 감정화를 시도하며 이곳의 비극을 극대화한 것이다. 별빛은 원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쏟아지는 자연의 혜택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마저 침묵당한 상태, 혹은 검열된 평화를 의미한다.


**종장 ‘밤마다 총성 지나면 별이 먼저 울더라’**는 시의 정점을 이루는 구절이다. 총성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냉전의 메아리이자, 21세기에도 멈추지 않는 군사훈련과 경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총성 뒤에 울음을 터뜨리는 주체로 ‘별’을 등장시킨다. 별의 울음이란 비문학적 언어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초현실적 장치가 시 전체를 끌어올린다. 별은 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에서 별은 사람 대신 울고, 침묵한 자연이 이 땅의 고통을 목격하고 있다는 시적 전환점이 된다. 이는 곧, 윤동주의 시적 별과도 겹쳐지며, 밤하늘의 침묵을 민족의 고통으로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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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MZ를 바라보는 윤동주적 시선의 계승


박성진 시인의 시는 윤동주로부터 계승된 별의 시학을 이어간다.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를 실었다면, 박성진은 분단의 최전선에서 별 하나에 상흔과 총성, 비극과 침묵을 담는다. 이는 단순한 감성적 응답이 아니라, 윤동주 시학의 공간적 확장이다. 북간도와 서울, 광복을 향한 별에서, 이젠 DMZ라는 상처 위에 별을 올려두고, 민족의 슬픔을 그 별에 우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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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학적 고요 속의 정치 – 침묵의 미학


이 시의 정치성은 과격하지 않다. ‘통일’을 외치거나 ‘평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는 침묵 속에서 더 크고 깊은 외침을 이룬다. 이 시는 우리가 외면해 온 땅에 다시 눈을 돌리게 하고, ‘별이 뜰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평화의 조건과 가능성을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마지막 행의 ‘별이 먼저 울더라’는 기묘하게도 정치적이면서도 초월적이다. 이 울음은 사람의 울음이 아닌, 이 땅에 살았고, 죽었고, 잊힌 자들의 시간 전체가 모여 만들어낸 울음이다. 시인은 ‘울지 말자’고 말하지 않는다. 우는 별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가슴에 울음을 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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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 분단문학의 새로운 미학


〈DMZ에도 별이 뜨는가〉는 분단문학의 고답적 언어에서 벗어나, 시조라는 전통 양식 속에 현대적 감각과 우주의 상징성을 절묘하게 녹여낸 수작이다. 박성진 시인은 이 시를 통해 ‘DMZ는 멈춘 시간이 아니라, 별이 울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시간’ 임을 전하고 있다.


이 시는 단지 비극을 말하지 않는다. 고요한 슬픔, 메마른 들꽃, 그리고 우는 별을 통해, 이 땅의 독자에게 평화의 질문을 다시 던진다. ‘DMZ에도 별이 뜨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우리 안에 별을 피워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성의 물음으로 남는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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