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윤동주의 여자는
박성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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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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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그녀는 없었다
단 한 줄도, 단 한숨도
너의 시에는 머물지 않았다
별을 헤던 밤에도
그 겨울의 조각창 앞에서도
너는 조용히 그녀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없었던 건 아니다
너의 시를 가만히 흔드는
숨겨진 이름 하나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
시 대신 눈 감고 부르던 사람
너의 조국과 싸우지 않기 위해
먼저 내려놓은 사람
검은 모란으로 피었다가
눈물로 접힌 편지처럼
시의 바깥으로 사라진 그 여인
너는 사랑했을까
그녀를?
너는 미안했을까
그녀에게?
총알보다 먼저 가슴에 박힌
조국이라는 이름
그 위에
한 사람을 묻은 청년 하나
나는 안다
너의 시에는 없지만
너의 침묵에는 있었다는 걸
별들은 알고 있었고
너의 마지막 숨도,
그녀의 이마 위로
가만히 내려앉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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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청년 윤동주, 말하지 않은 사랑을 대신 적다 – ‘그리움의 여인’이라는 윤동주의 시적 침묵
박성진 칼럼니스트
이 시는 "윤동주의 여자는?"이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은 단순한 여성상이나 연애 감정에 대한 추적이 아니다. 이것은 윤동주라는 청년 시인이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 즉 존재했으나 시로 남기지 않은 ‘여인’이라는 무언가의 그리움에 대한 시적 탐문이다.
윤동주는 연애 시를 쓰지 않았다. 그의 시에 여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곧 그가 사랑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사랑했기에, 너무도 순결하게 남기고 싶었기에, 아니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그는 ‘그녀’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는 청년이었고, 인간이었다. 시인이었고, 시대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는 한 사람을 그리워했던 청년이었다.
박성진 시인은 이 시에서 그런 윤동주의 부재의 감정을 더듬는다. “그녀는 없었다 / 단 한 줄도, 단 한숨도 / 너의 시에는 머물지 않았다”라는 대목은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두고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곧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없었던 건 아니다.” 이는 시인이 상상력과 시적 공감력을 총동원하여, 윤동주의 침묵 속에 묻혀 있는 존재, 즉 말하지 않았던 그리움의 여인을 호명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여자’는 단지 이성으로서의 여성상이 아니라, 윤동주의 인생에서 비켜서 있어야만 했던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그녀는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이며, ‘시 대신 눈 감고 부르던 사람’이며, ‘조국과 싸우지 않기 위해 먼저 내려놓은 사람’이다. 이는 곧 윤동주가 당대의 청년 지식인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자기 검열, 시의 윤리성, 그리고 내면적 고뇌를 상징한다.
박성진 시인은 “총알보다 먼저 가슴에 박힌 / 조국이라는 이름 / 그 위에 / 한 사람을 묻은 청년 하나”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윤동주가 사랑할 수 없었던 시대, 사랑을 기록할 수 없었던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응축한다. 윤동주는 시를 쓰면서도 스스로에게 늘 죄를 물었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타인의 고통을 먼저 생각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는 어떤 사랑도 ‘조국 앞에서의 불충’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는 참회했고, 고개를 들지 못했으며, 사랑조차 시에서 뺐다. 그것이 윤동주의 순결함이며, 동시에 그를 옥죄던 시대의 폭력성이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은 다시 조용한 애도다.
"나는 안다 / 너의 시에는 없지만 / 너의 침묵에는 있었다는 걸"
이는 윤동주의 문학을 오래 곁에 두고 바라본 시인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시적 직관의 고백이다. 이 한 구절에는 시인이 말하지 못한 사랑, 적지 못한 편지,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 안의 윤동주가 지금도 그 어떤 그리움 하나를 말없이 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박성진의 시는 윤동주의 생애와 작품에 존재했던 침묵의 여백을 시로써 복원하는 일이며, 말하자면 윤동주가 남기지 않은 단 한 편의 사랑 시를 오늘 이 자리에서 대신 써 내려간 것이다. 이것이 박성진 시인의 윤동주에 대한 진심 어린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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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시와 해설은 윤동주 시인의 **‘문학의 침묵’**이 오히려 더 큰 이야기, 더 진실한 사랑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시란 말해진 것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것을 감지하게 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박성진 시인의 「윤동주의 여자는?」은 깊은 존경과 섬세한 복원이 담긴 시적 서간이라 할 수 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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