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달의 기록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검은 달의 기록



검은 달의 기록

–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

박성진 시인


그날, 해는 참 붉었다

검은 달이 대낮에 떠서

사람의 그림자를 지웠다


살아남은 자의 몸엔

녹슨 꽃이 피고

말라붙은 물결이 폐허를 덮었다


어머니가 품던

젖은 아기의 머리도

재로 돌아갔다


피가 흐르지 않았다

흐를 곳조차 사라져

피는 울음이 되었다


시계는 멎었고

시간은 누군가의 이름 앞에서

무릎 꿇었다


나가사키 골목 끝

신을 향한 기도만 남고

신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히로시마의 저녁노을

잔해 위로 사라지며

붉은 하늘만 오래 기억했다


이름 없는 백만 개의 뼛조각

무덤조차 없는 영혼들

지금도 밤이면 울고 있다


그날 이후

달은 다시 둥글지 않았다

한 번 검어진 하늘은

영원히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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