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바람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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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운다, 여전히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박성진 시인
붉은 숲의 나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죽는다
사라진 마을엔
달걀 껍데기처럼 금 간 시간만
숨을 죽인 채 남아 있다
순찰하던 군견의 울음
창백한 별빛에 섞여
사람 대신 바람만 출입한다
신은 어디 있었을까
이름 없는 기술자들의
뼈마저 빛나는 밤에
죽음보다 느린 재난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