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쓴 세계 지도 《제1차-2차 세계대전 》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피로 쓴 세계 지도



피로 쓴 세계 지도


<제1차·2차 세계대전>


박성진 시인


누구의 깃발인가

빗물에 젖은 그 경계선 위

핏자국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맨발로 누비던 대지에

전장의 부리가 박혔기 때문이었다


파리의 들판에도,

스탈린그라드의 골목에도,

노르망디의 해변에도,


총검은 국경을 찢고

탱크는 언어를 짓밟고

전쟁은 아이들의 눈을 불태웠다


한 줌의 권력에

수천만의 숨결이 무너졌고


지구는 수첩처럼 접혔다

이념과 이익 사이로

피의 지도가 그려졌다


베를린의 붕괴,

나가사키의 버섯구름,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심장을 겨눈 그 날들


묻는다

역사는 진보였는가

아니면 반복된 광기였는가


돌이킬 수 없는 오류 위에

우리는 또다시 깃발을 꽂고 있다


붉은 선을 그어 만든 나라들

그 틈마다 고요히 울부짖는

전장에서 스러진 이름 없는 자 들아,


기억하라

피는 결코

잉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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