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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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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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 르완다 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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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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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형제를 찔렀다
어제는 함께 노래하던 이가
오늘은 피로 이름을 지웠다
아기는 울지 않았다
이미 어머니 품이 식었으므로
울음조차 배울 수 없었으므로
강은 붉었다
죽임을 피해 달아난 몸들이
떠내려가는 기도로 뒤덮였다
교회 종은 울리지 않았다
신의 집마저 도살장이 되었으니
구원의 언어는 불타버렸다
하루에 팔천 명이 죽었다
이틀, 사흘, 한 달
숫자는 무뎌지고 사람만 사라졌다
누구도 묻지 않았다
왜 죽였는지, 왜 살지 못했는지
세계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때의 르완다는
밤이 아니라 낮에도 어둠이었고
칼이 아니라 침묵이 더 무서웠다
살아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이
오늘도 묻는다
“왜 우리를 아무도 보지 않았나요?”
어둠은 총성보다 먼저
사람들의 귀와 입과 눈에서
시작되었음을
나는
끝내 외면한
내 안의 어둠을
울며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