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그 이름 없는 자들을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아르메니아 대학살



기억하라, 그 이름 없는 자들을

― 아르메니아 대학살


박성진 시인



바람이 쓸어간 황무지 위에

잔해만 남았다

돌조각이 된 아이의 손가락,

흙 속에 묻힌 어머니의 눈동자


그들은 걷지도 못했다

먼지 되어 스러지는 그 길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을 삼키며

끝내 숨을 잃었다


가혹한 겨울의 밤

눈송이조차 숨죽인 채

얼어붙은 시체 위로 떨어졌다

그 무거운 침묵은 하늘마저 무너뜨렸다


언어도 눈물도 닿지 못하는 깊은 골짜기

그 속에 쌓인 비명은

세월의 강물을 타고 흘러가지만

결코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누구도 부르지 않은 이름들,

그러나 기억해야만 하는 영혼들

그들은 죽음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

죽음조차 끝내 그들을 삼키지 못했다


인류여, 눈 감지 말라

그 아픈 기억, 그 무거운 진실

바람 속에 흔들리는 가냘픈 초처럼

영원히 꺼지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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