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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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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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도 비명을 질렀다
—히로시마 원폭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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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시
불덩이가 떨어졌다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 대신
사람 위에 태양을 던졌다
도시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에서
살이 녹고, 눈이 증발하고,
심장이 연기처럼 날아갔다
계단에 앉아 있던 아이
그 아이는 도망칠 틈도 없었다
그저 손 하나 벽에 올려본 것이
그의 마지막 몸짓이었다
사람은 그날
사람이 아니었다
불에 타는 물건이었고,
기억되지 않는 점 하나였다
피는 말랐고
피부는 벗겨졌고
뼈가 서서히 불타며
자신의 종말을 지켜봤다
그리고
벽에는 그림자 하나
말도, 울음도 없이
검게 붙어 있었다
“나는 여기 있었다”라고
“나는, 사람이었다”라고
그렇게 말하지도 못하고
그림자만 남겨졌다
살아남은 자들은
울지 않았다
눈물은 다 타버렸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전쟁이 끝났다”라고
그러나 아니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죄의 시작, 침묵의 시작, 기억의 시작
그날,
인간이 신의 흉내를 냈고
그 대가는 그림자가 짊어졌다
그림자도 비명을 질렀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