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장미의 불꽃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타오르는 장미의 불꽃



타오르는 장미의 불꽃


보스니아 전쟁

박성진 시인


그 장미는 불에서 태어났다

꽃잎마다 총알이 박혔고

가시마다 이름이 새겨졌다

죽은 자의,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사라예보 저편,

불탄 학교와 무너진 집들 틈

누이의 무릎에서 장미 한 송이 피었다

피로 적신 봉오리

그건 사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장미는 불꽃이었다

기억은 잿더미에서 솟아올랐고

말라붙은 기도 위로

울음보다 더 뜨거운 향기가 맴돌았다


누군가는 그 장미를 꺾었다

누군가는 품에 안았다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끌 수는 없었다


지금도 그 언덕 위엔

장미가 피고,

그 불은

한 나라의 죄처럼 타오른다


꽃은 지지 않는다

불이 꺼지지 않기에

보스니아의 장미는

오늘도 타오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종로 3가, 종로술집, 낮술의 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