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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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를 넘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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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를 넘어온 편지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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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나는 적이 아니에요, 아저씨
총을 들지 않았고
벽에 낙서한 줄 남긴 게 전부였어요
엄마는 매일 새벽
아무것도 없는 냄비를 저어
희망을 끓였어요
나는 그것을
내일이라고 믿었어요
포탄이 내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나는 자고 있었어요
꿈속에서
물감을 찍어 비둘기를 그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깨어보니
내 손엔
종이도 붓도 없었고
하늘은 무너져 있었어요
아저씨,
당신의 총구에서 날아온 건
진실이 아니었어요
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간 건
단지
당신도 나처럼 무서웠다는 고백이었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당신 마음 어딘가에
편지처럼 남아 있다면
이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