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장미를 들고 온 아이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아이티 대지진



검은 장미를 들고 온 아이

– 아이티 대지진


박성진


학교도, 노래도, 내일도

한순간 무너졌을 때

아이의 발등엔 피가 고여 있었다


깨어진 벽돌들 사이

엄마의 팔이 보였고

그 곁에 장미 한 송이를

검게 태워 바쳤다


이름 없이 죽은 자를 위해

아이는 울지 않았다

죽음은 너무 많아서

울음도 모자랐다


검은 장미는

사랑도, 미움도 다 잊은 듯

조용히 피어 있었고


그날 이후

세상은 무언가를 부끄러워했다

눈물 말라붙은 아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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