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철조망 앞에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철조망 앞에서



〈비 오는 밤, 철조망 앞에서〉


– 박성진 시인 시 –


비 오는 밤은 더욱 적막해

창밖에 부는 바람도 멈춘다

북녘을 향한 나의 창문

이슬 맺힌 유리엔 너의 얼굴


어느 골목에선 총성이었고

어느 집에선 밥 짓던 연기

남과 북, 같은 빗속인데

우산 하나로는 갈 수 없다


전등빛 번지는 서울의 밤

불 꺼진 마을, 평양의 잠

그 사이 허리 끊긴 강줄기

이 밤엔 누구의 꿈이 흐르나


사랑한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

편지엔 비유만 가득 적는다

총과 꽃, 그 경계에 서서

우린 아직 서로를 부른다


빗물에 젖은 철조망 너머

어머니의 기도가 들려온다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밤

분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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