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시
출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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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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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
새벽안개가 창틈에 앉듯
아기는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말은 없었으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한 세계의 시작이었다
배 속에서 자라는 작은 우주
숨결마다 꽃잎처럼 번져오는 떨림
나는 어머니의 나라가 되어
먼 미래를 가만히 품었다
바람은 걷고
시간은 천천히 울었고
달빛은 내 배를 쓰다듬으며
이름도 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가장 깊은 고요 속에서
나는 가장 뜨거운 생명을 느꼈다
세상의 문턱에서,
나는 한 번 더
나를 낳고 있었다
눈물은 물이 아니었다
그건 축복이었다
아이가 우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아침이 되는 느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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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 — 출산, 고요 속에서 태어난 세계
박성진 칼럼니스트 평론
박성진 시인의 〈출산의 신비〉는 출산이라는 생리적 사건을 넘어선 존재의 탄생과 여성의 내면 풍경을 서정적 언어로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출산을 단순한 육체의 고통이 아닌, 시간과 고요와 미래가 중첩되는 우주적 사건으로 바라본다.
첫 연에서 “아기는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구절은 소리 없는 교감, 곧 어머니와 태아 간의 존재론적 대화를 암시한다. 말 없는 존재,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는 아이의 흔들림은 “한 세계의 시작”으로 은유되며, 한 개인의 출생이 아닌 하나의 우주가 열리는 장면으로 확장된다.
중반부에 이르면 시는 더욱 서정적으로 흐른다. 바람과 달빛, 꽃잎과 숨결은 모두 생명 탄생의 순결한 메타포로 등장하며, 출산의 고통을 초월한 어머니의 시적 시간이 완성된다. 특히 “나는 한 번 더 나를 낳고 있었다”는 절창은, 자녀의 탄생과 동시에 자신 또한 어머니로 새롭게 태어남을 선언한다. 이 부분은 니체적 자기 초월, 혹은 동양적 자아 순환과도 연결되는 철학적 울림을 가진다.
마지막 연에서는 “눈물은 물이 아니었다”는 강렬한 전환으로 시가 정점을 찍는다. 이 눈물은 슬픔이나 고통이 아닌 축복의 징표,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의 환희를 상징한다.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은 세상에 존재를 선언하는 첫 목소리이며, 어머니에게는 아침이 되는 첫 순간이다. 여기서 출산은 고통이 아닌 광명, 어둠에서 빛으로 옮겨지는 형이상학적 새벽으로 형상화된다.
결과적으로 이 시는 출산을 둘러싼 신비롭고 신성한 경험을 감성의 언어와 사유의 깊이로 다듬어낸 뛰어난 서정시이다. 인간의 시작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존재 또한 다시 쓰이는 이 서사는 단지 여성의 경험을 넘어 모든 존재가 품은 생명의 경외를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