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포토맥 강기슭, 해군잠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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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맥 강기슭, 그 겨울의 기억 — 장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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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 — 전상중 시인의 회상에
포토맥 강가에
겨울이 내렸다
살얼음처럼 얇은 공기가
눈썹마저 얼려버리던 새벽
나는 그 강 앞에서
명령보다 먼저
침묵을 배워야 했다
워싱턴 D.C. 의 바람은
말보다 깊었다
훈련장 너머로
국기는 날리지 않고
가슴 안쪽에서만 무거이 펄럭였다
전상중 시인의 눈동자엔
지금도 그 강바람이 살아 있다
장교 계급장보다
차가운 한기가
먼저 마음을 두드리던 날들
나는 생각한다
그 시절 포토맥 강 위로
장교의 기도가 건너던 모습을
이등병을 지키기 위한
말 없는 맹세가
얼음장을 밟듯
한 걸음씩 깊어지던 새벽들을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그 각인
총보다 무겁고
깃발보다 선명했던
명예의 무게를
그는 어깨가 아닌
심장으로 짊어졌으리
그때의 포토맥,
그때의 겨울,
그때의 당신이
시가 되어 돌아온다
살을 에던 기억은
이제
조국을 안는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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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간략 요약
이 시는 단순한 병사의 훈련 회상이 아닌, 장교로서의 무언의 책임감, 조용한 기도의 무게, 그리고 냉정한 결정 속에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온기를 담고 있습니다.
“장교의 기도”는 명령하는 자의 기도가 아닌, 살아남게 해야 할 자를 먼저 걱정하는 깊은 내면의 절절함을 의미하며, 이는 전상중 시인의 품격 높은 회상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