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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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동강, 뒷산은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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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동강, 뒷산은 백운산 — 제장마을에서 이기정 시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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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시
마을 앞 동강,
햇살이 물비늘 위에
시를 써 내려간다
그 조용한 글씨 속에서
내 이름도 몇 번은 젖어 있었다
뒷산엔 백운산,
하늘마저 느릿이 오르던
그 능선 끝에
내 마음 한 채
농막으로 내려앉았다
정선군 제장마을
농막 하나 짓고
다섯 해를 살았다
봄이면 물안개 따라
감자꽃 피고
여름엔 새벽마다
닭 울음에 시를 깼다
가을엔 벼 알맹이처럼
추억도 묵직했고
겨울엔 장작불보다
그리움이 먼저 타올랐다
나는 그곳에서 배웠다
흘러도 맑은 강이 있고
높아도 조용한 산이 있으며
떠나도 남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이기정 시인의
「추억이 생각나」처럼
어느 날 문득
풀잎 하나에 멈춘 바람에
다섯 해가 한 번에 지나갔다
지금도 강은 흐르고
산은 묵묵히 거기 있지만
제장마을 농막은
내 안에만 남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물이었고
바람이었고
시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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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의
시 해설 간략 요약
이 시는 ‘정선군 제장마을’에서 5년간 머물며 농막에서 살아낸 삶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박성진 시인은 ‘동강’과 ‘백운산’이라는 실제 자연 지형을 무대 삼아 **이기정 시인의 “조용하고도 흐르는 시정”**을 구조화합니다. 특히 “추억이 생각나”의 시정처럼, 특별한 일이 없어도 조용한 일상에서 문득 다가오는 시간의 파동을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떠나도 남는 시간이 있다”는 표현은, 시인의 체류가 끝났음에도 그 자리가 내면에 여전히 흐른다는 **기억의 정주성(定住性)**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