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색으로 귀향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나는 색으로 귀향한다



〈나는 색으로 귀향한다〉


폴 고갱에게 바치는 시 ― 박성진 시인


태초의 숲에서

문명의 가면을 벗기고

나는 색으로 귀향한다


고통도 환희도

붓끝에 묻어

이별처럼 그림을 건다


죽음 너머

하늘도 바다도

내 안에서 타히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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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평론: 고갱, 색의 귀향과 구원의 형이상학


이 시는 폴 고갱의 타히티로의 탈주,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인간 내면의 궁극적 귀향을 3연에 걸쳐 시적으로 포착합니다.


1연은 "태초의 숲"이라는 표현을 통해, 고갱이 찾고자 했던 문명 이전의 세계, 순수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그는 타히티의 원초성을 동경했지만, 그곳에서조차 자본과 식민의 그림자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2연은 고통조차 작품으로 녹이는 고갱의 예술관을 표현합니다. “이별처럼 그림을 건다”는 시구는 그의 삶이 곧 끊임없는 상실과 창조의 반복이었음을 나타내며, 그림이란 결국 떠나는 자의 마지막 언어임을 의미합니다.


3연에서 고갱은 현실을 넘어, 죽음 이후에도 "타히티가 된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지 장소의 귀향이 아니라, 정신과 예술이 일체가 된 형이상학적 귀향입니다. 그의 그림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라 존재의 응답, 즉 삶의 환원입니다.


이 시는, 색을 통한 구원, 고통을 통한 초월, 그리고 죽음 이후에도 남는 예술의 궁극성을 응축한 고갱의 대서사시를, 단 세 연으로 압축한 서정적 송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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