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인의 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상업인의 시



시 원문


상업인의 시


박성진 시인


이윤의 끝자락에서

나는 매일 양심의 저울을 달았다

하루의 숫자보다

밤의 침묵이 더 무거웠다


거짓 없이 말하는

진열대 하나 갖고 싶었다

진심도 팔 수 있다면

나는 상인이기를 그만두었을까


매출은 올라도

내 영혼은 자꾸 휘어졌다

사람보다 계산이 먼저인

이 골목을, 나는 아직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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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상업인의 시』 — 상업, 양심, 그리고 인간의 무게


박성진 칼럼니스트


박성진 시인의 「상업인의 시」는 단순한 직업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일상적인 인물인 ‘상업인’을 통해

오늘날 인간 존재가 겪는 양심의 흔들림과 정체성의 위기를 조명한다. 이 시에서 상업인은 물건을 파는 자이자,

매일 자신의 도덕성과 영혼의 잔량을 계산하는 존재이다.


> “이윤의 끝자락에서 / 나는 매일 양심의 저울을 달았다”




이 첫 연은 상업인의 일상이 단순히 경제적 행위가 아닌 윤리적 고투임을 암시한다.

하루 동안의 ‘숫자’보다 밤의 ‘침묵’이 무겁다는 고백은,

실적보다 양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느끼는 인간적 감각을 드러낸다.

이는 칸트가 말한 ‘실천이성의 명령’, 즉 외적 성공보다 내면의 윤리를 따르려는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


> “진심도 팔 수 있다면 / 나는 상인이기를 그만두었을까”




이 구절은 역설적이다. 진심조차 상품화되는 시대, 상업인은 자기 마음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상인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는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화’ 속에서

자아가 소외되는 현대인의 슬픔이 고스란히 반영된 시적 통찰이다.


> “매출은 올라도 / 내 영혼은 자꾸 휘어졌다”




여기서부터 시인은 현대인의 도덕적 척추가 서서히 휘어지는 과정을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패배감이 아니라, 상업인이 되기 위한 대가가 ‘정직한 인간됨’의 손상임을 비판하는 내면 고발이다.

인간이 ‘수단’이 되고, 계산이 ‘존재의 우선순위’가 되는 골목. 그것이 이 시가 그리는 시대의 풍경이다.


> “사람보다 계산이 먼저인 / 이 골목을, 나는 아직 떠나지 못했다”




이 마지막 연은 자조와 절망이 아니다.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윤리적 각성의 증거다.

시인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도망가지 않고 버티는 상업인의 자세,

즉 **“윤리적 잔존의 결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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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총평: ‘상업인의 자세’란 무엇인가


이 시가 말하는 ‘상업인의 자세’는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가 아닌, 양심의 저울을 들고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이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기 위해 매일 저항하고, 윤리와 생존 사이의 모순 속에서도 진열대를 정직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는 곧 “오늘날 우리가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며,

직업적 기능을 넘어선 인간 존재의 품격을 묻는 시이다.

그리고 이 시는 말한다.

상업인은 ‘팔 수 없는 것’을 끝까지 품고 사는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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