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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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무서운 굶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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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무서운 굶주림 — 팔레스타인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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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아이 하나가
식지 않은 모래 위에 누워
배고픈 하늘을 바라본다
별은 떠오르지 않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어머니는
젖 마른 가슴을 감싸 안고
조용히, 울고 있다
오래된 나뭇가지 껍질을 태워
국 아닌 국을 끓인다
바람도 젖은 빵처럼
휘청인다
아이는 묻는다
“오늘은 밥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냥,
배 안에서 뭔가 움직이기만 해도 좋아요”
엄마는 말없이
물 한 그릇을 데운다
그리고 그 김을
아기 입술에 살포시
입맞춤처럼 불어넣는다
총소리는 멀어졌지만
밥그릇은 더 깊어졌다
그 안에는 쌀 한 톨보다
외로움이 많고,
소금보다
눈물이 짜다
기도는 메말라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눈꺼풀 아래
소리 없는 저녁이
웅크린다
굶주림은
가장 오래 남는 총상이다
몸이 아니라
존엄에 남는
보이지 않는 피멍이다
그래도 아이는 웃는다
엄마를 보며
따스한 물을 마시며
“내일은 꼭,
이 물에 하늘을 띄워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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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해설
**“젖 마른 가슴을 감싸 안고”**는 신체적 고통과 모성의 상실감, 그리고 무언의 슬픔을 동시에 품은 표현입니다.
이는 ‘굶주린 자궁’보다 더 내밀하고 절제된 서정성을 지니며, 어머니라는 존재가 더 이상 자녀에게 생명을 줄 수 없음을 품격 있게 보여줍니다.
전체 시는 여전히 애잔함과 윤리적 절규,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의 순수한 소망으로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