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종말 연습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바다의 종말 연습



박성진 시인


아이들은 모래 위에

작은 성을 지었다

무너질 줄 모르고 웃는 손길이었다


햇살은 물결을 따라 미끄러지고

파도는 살며시

아이들의 발목을 감싸 안았다


멀리서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육지를 바라보았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 이별을 준비하듯


파도는 조금씩 다가왔다

다급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은 얼굴로

그저 연습하듯 숨을 고르며


사라진 섬들의 이름을

물고기들이 기억해 주지 않을까

나는 바닷바람에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한 바다만이

언제나처럼 파도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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