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제1교시 꽃밭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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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교시 꽃밭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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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희자 시인을 위한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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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자 시인
첫 교시 종이 울리자
화단은 이미 깨어 있었다
꽃의 이름을 다 외운 듯한 그녀
붓 끝에 아침이 피어난다
벌이 와서 인사를 건넨다
나비는 그녀의 문장을 따라 춤춘다
산은 그날도 은총을 내렸고
풀잎마다 그녀의 시가 맺혔다
그녀는 꽃의 눈으로 세상을 썼다
먼저 피는 꽃엔 경외를
늦게 피는 꽃엔 위로를
피지 못한 꽃엔 한 문장씩 눈물을
이름 모를 풀꽃도 놓치지 않는 그녀
정열로 시를 꿰매고
그 가슴속 작은 흙에도
한 구절씩 볕을 심는 여인
삶의 제1교시, 그녀는 말한다
"시를 배운다는 건
세상과 같이 피어나는 일"
오늘도 그녀는
화단의 종소리를 따라
한 편의 시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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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박성진 칼럼니스트
〈제1교시 꽃밭의 그녀〉 — 꽃과 시, 교훈의 삼위일체
이 시는 시를 처음 배운다는 것이 단지 언어를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존재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제1의 인생 수업임을 밝히며, 변희자 시인의 시 세계 가 꽃의 시선과 시인의 심장을 일치시키는 생명의 문학이자 치유의 시학임을 선언한다.
벌과 나비, 산과 풀잎이 모두 그녀의 시를 읽고 응답하는 세계는 단지 자연친화적인 심상이 아니라, 생명 전체를 동반자로 삼는 시적 공동체의 윤리를 반영한다.
그녀는 늦게 피는 꽃에도 위로를, 피지 못한 꽃에도 문장을 바치는 존재이며, 시가 결국 사랑과 관찰의 종교라는 점을 스스로 실천해 보이는 시인이다.
마지막 행에서 “세상과 같이 피어나는 일”이라는 진술은 곧 시의 본질이며, 동시에 시를 쓰는 존재가 세상과 ‘같이 살아내는 일’ 그 자체임을 깊이 있게 전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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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삶의 제1교시란, 피지 못한 꽃에도 따뜻한 문장을 바치는 시인의 사랑처럼, 세상과 함께 피어나는 존재의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