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는 법이 없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정글에는 법이 없다



시: 《정글에는 법이 없다》


박성진 시인


덩굴은 혀를 내밀고

뿌리는 땅속에서 함정을 파고

꽃은 벌을 유혹하며 피고 진다


포효 없는 포식자들,

숲은 비명을 삼키고

짐승은 짐승의 눈빛을 버린다


정글에는 교과서도 없고

의자는 뿌리째 뒤집힌다

살아남기 위한 철학이

윤리보다 먼저 자란다


여긴 법이 없다

오직 생존의 감각만이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런데,

인간은 그 정글을 따라 만든다

콘크리트 정글 위에

이름표 달린 야성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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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및 비평


1연: 덩굴, 뿌리, 꽃은 정글의 생물학적 구조를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 감춰진 '속임수', '유혹', '위장'의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정글은 단지 자연의 보고가 아니라, 생존 경쟁의 전장이다.


2연: ‘포효 없는 포식자들’이라는 구절은 야생 동물뿐 아니라 침묵 속에 공격하는 인간 사회의 약육강식을 암시한다. ‘짐승의 눈빛을 버린다’는 표현은 본능과 윤리 사이의 모순과 혼란을 내포한다.


3연: ‘정글에는 교과서도 없다’는 선언은 제도화되지 않은 윤리의 부재를 비판한다. 이는 곧 문명의 위선과 규범 너머의 생존 본능을 암시하며, 철학보다 본능이 우선시 되는 상황을 묘사한다.


4연: 이 연에서는 인간 문명의 이중성을 조명한다. 정글을 모방한 ‘도시(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우리는 야성조차 체계화하고 이름 붙이며 길들이지만, 그 이면은 여전히 생존 중심의 정글 법칙이 지배한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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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글

(요약한 줄)


> 정글은 야생을 닮았지만, 인간 사회는 그 야생을 더 교묘히 모방한 또 하나의 정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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