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국물은 봄빛이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떡볶이 국물은 봄빛이다



〈떡볶이 국물은 봄빛이다〉


박성진 시인


허기진 저녁 골목,

연탄불은 지쳐 있었고

빗물 고인 웅덩이엔

지나간 전쟁이 비쳤지.


그런 날이면

신당동 작은 포장마차 옆에서

마복림 할머니의 국자질이

붉게, 붉게

세상을 뒤집어 놓곤 했어.


쫄깃한 떡발에

고추장 풀린 달큼한 숨결,

매운맛도 사치였던 시절,

입안 가득 퍼지던

첫사랑 같은 뜨거움.


손등엔 그을음 묻었어도

양은그릇에 퍼진 국물은

달빛보다 따뜻했지.

우린 그걸 떠먹으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안았지.


그날의 떡볶이는

그냥 음식이 아니었어.

국물 한 숟갈에

봄이 피고,

사람이 돌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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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붉은 국물 속에 피어난 서민의 봄


박성진 시인의 〈떡볶이 국물은 봄빛이다〉는

6·25 전쟁 이후의 잿더미 같은 현실을 서민의 감각과 음식의 정서로 서정적으로 직조한 작품이다.


1연은 전쟁 직후의 폐허를 시인의 시선으로 조용히 응시한다.

‘허기진 저녁 골목’은 단순한 거리 묘사가 아니라 민족의 굶주림과 상실을 은유하며,

‘지나간 전쟁이 비쳤지’라는 구절은 빗물 속에서 기억의 반사처럼 고통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2연에서 ‘마복림 할머니의 국자질’은 단순한 요리 행위가 아니다.

시인은 이를 붉게, 붉게 세상을 뒤집는 마법으로 표현하며,

서민의 삶을 회복시키는 구원의 리듬처럼 묘사한다.


3연은 감각의 전환이 일어난다.

‘쫄깃한 떡발’, ‘고추장 풀린 달큼한 숨결’은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첫사랑 같은 뜨거움’이라는 시적 비유는 떡볶이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청춘과 열정의 기억으로 다가옴을 보여준다.


4연에서 시인은 ‘그을음 묻은 손등’과 ‘달빛보다 따뜻한 국물’을 병치시킨다.

이 대비는 가난과 위로, 더러움과 순결, 현실과 감성의 교차를 절묘하게 포착한 부분이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안았지’라는 구절은 공동체적 위안의 정수라 할 수 있다.


5연은 이 시의 결론이자 전체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냥 음식이 아니었어’라는 진술은 떡볶이를 민중의 역사와 감정이 녹아든 상징으로 승화시키며,

‘국물 한 숟갈에 봄이 피고, 사람이 돌아왔다’는 표현은

전후 폐허에서 다시 삶이 피어나는 순간을 절절하게 담아낸다.


이 시에서 음식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기억이고, 감정이며, 희망이다.

박성진 시인은 그것을 붉은 국물 안에 간직된 봄빛으로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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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한 줄


전쟁의 그늘 아래서도, 떡볶이 한 그릇은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불러낸 따뜻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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