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모로코 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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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냄비는 지중해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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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냄비 하나의
진흙 속에 햇살을 넣고
양고기와 병아리콩 사이에
사하라 바람 한 줌을 뿌리네
모로코의 냄비는 지중해를 품는다
쿠스쿠스는 밀의 별
올리브는 조상의 눈빛
계피와 커민 사이로
오렌지 껍질 향이 숨는다
페즈 골목에서 들려온
민트차 끓는 소리
그리움도
계피보다 뜨겁게 우러나네
달큼한 파스티야 한 조각
비둘기 고기와 아몬드,
달콤한 기억과 짭짤한 눈물이
겹겹이 포개진 역사 같아
마라케시의 노을처럼
붉은 하리라 수프를 들이켜면
몸보다 먼저
영혼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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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는 모로코의 대표 요리들을 중심으로, 음식에 깃든 문화적 상징과 정서적 깊이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연에서는 *탄진(Tajine)*이라는 전통 도자기 냄비를 통해 모로코 요리의 본질을 소개합니다. 사하라의 바람을 요리의 재료처럼 묘사해 이국적 정취를 강조했습니다.
2연은 *쿠스쿠스(Couscous)*와 올리브, 향신료를 시적 은유로 풀어내며, 모로코 조상의 유산과 전통이 음식에 배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3연의 민트차는 모로코인의 환대와 따뜻함을 상징하며, '계피보다 뜨겁게 우러난' 그리움은 시인의 정서적 투영입니다.
4연은 *파스티야(Pastilla)*라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파이 요리로, 모로코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역사를 음식의 구조로 비유합니다.
5연은 하리라(Harira) 수프를 통해 모로코의 일상과 신앙, 그리고 인간의 내면적 위안을 형상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