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알함브라, 물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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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물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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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
그대는 벽이 아니라
빛으로 지은 문장이었다
타일 하나에도 별이 잠들고
궁정의 물길마다 시가 흐른다
사자의 입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천 년을 건너온 침묵의 음악
손으로 닿지 못한 천장의 무늬는
하늘보다 정교한 기도의 언어
붉은 성벽이 노을을 불러들이면
그라나다의 바람도 머리를 숙인다
그대는 궁전이 아니다
잃어버린 천국이 잠시 펼쳐진 순간
눈물마저도 아라베스크로 수놓던
물의 나라, 신의 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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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이 시는 알람브라 궁전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적 공간'**으로 보며, 빛, 물, 문양, 침묵을 통해 인간이 만든 천국의 순간을 노래합니다.
1연에서는 벽이 아닌 빛으로 지은 문장, 즉 건축이 곧 시이며, 시간의 언어임을 말합니다.
2~3연은 사자의 분수와 물의 흐름을 통해 알람브라 궁전의 대표적 상징을 드러냅니다.
4연은 정교한 천장 무늬가 마치 신에게 바치는 시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연은 궁전이 아닌 '잃어버린 천국', 잠시 펼쳐진 낙원이라는 시인의 감상으로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