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세계화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떡볶이 세계화



시조 — 〈떡볶이 세계화〉


박성진 시인


고추장 붉은 비단길 따라

서울에서 파리까지

맵단맛, 혀끝을 사로잡는다


한국말 몰라도 알겠더라

치즈 위에 김 뿌리면

떡볶이 하나로 우리는 친구 된다


한 조각 삶은 달걀 속엔

이별도, 사랑도 있고

분식집 아주머니 미소는 세계 공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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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고추장 소스는 문화의 패스포트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 윤동주 연구자


이 시는 단순한 먹거리 찬양이 아니다. K-푸드라는 문명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감각과 정서를 통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은유체다. 특히 전통 시조 형식을 택한 점은, '떡볶이'라는 현대적 상징이 과거의 운율 속에서도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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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 “고추장 붉은 비단길 따라” — 음식이 세계로 향하는 실크로드


고추장 붉은 비단길은 단순한 색깔의 묘사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고유한 맛이 이제는 세계화의 무대 위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는 선언문이다.

“서울에서 파리까지”라는 구절은 지리적 거리보다도, 문화적 거리의 축소를 말한다.

즉, 한 그릇의 분식이 ‘국경’이라는 개념을 허물고 ‘입맛’이라는 공통 감각으로 세계를 연결시키는 점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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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 “떡볶이 하나로 우리는 친구 된다” — 언어보다 강한 매운 연대감


“한국말 몰라도 알겠더라”는 말은 음식의 비언어적 소통력을 보여준다.

치즈와 김은 ‘동서양 문화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그 위에 얹어진 떡볶이는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의 접시 안에 녹이는 소스이자 접착제다.

이 대목은 현대 외교론의 관점에서도 시사점을 준다. **음식 외교(gastro-diplomacy)**라는 개념을 일상 언어로 시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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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 “삶은 달걀 속엔 이별도, 사랑도 있다” — 분식은 인생의 축소판


삶은 달걀이라는 작고 흔한 요소에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표현은 시적 비유의 정점이다.

‘이별’, ‘사랑’, ‘분식집 아주머니’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음식의 맛보다 깊은 정서적 공감력을 말해준다.

‘세계 공용어’라는 마지막 구절은 인류애에 가까운 정서적 통역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음식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감성의 언어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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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정리


박성진 시인의 이 작품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낸다.

**"한 접시의 떡볶이가 외교이고, 기억이고, 공동체다"**라는 메시지를

시조라는 고전적 형식 속에 담아낸 점에서,

이 시는 단순한 유머 시를 넘어서는 문학적 실험성과 철학적 응시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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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 줄 정리


> 떡볶이의 붉은 소스는, 입맛을 넘어 마음까지 번역해 주는 세계시장이 인정한 문화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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