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짜장면-자화의 그림자
짜장면 — 자화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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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윤동주에게 바침
나는 오늘
짜장면을 먹었다.
말없이 비비고,
말없이 삼켰다.
> 평론
이 시는 ‘먹는다’는 행위로 시작되지만, 곧 인간 내면의 고백으로 넘어간다.
“말없이”라는 반복어는 윤동주 시의 대표적인 리듬이며,
“먹는다”는 삶의 욕망조차 죄스러운 시대정신 속에서 이루어짐을 암시한다.
검은 소스 속에
하루가 숨어 있었다.
질긴 면발마다
기억이 엉켜 있었다.
> 평론
“검은 소스”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역사의 질감이다.
짜장면이 담고 있는 노동의 흔적, 이방인의 문화, 식민의 잔향.
그 안에 “하루가 숨어” 있고, “기억이 엉켜” 있다는 구절은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의 심연을 되짚는 고백이다.
젓가락은
자꾸 망설였고,
단무지는
쓸쓸히 옆을 지켰다.
> 평론
윤동주는 의인법을 통해 사물에 생명과 양심을 부여했다.
여기서 “젓가락이 망설인다”는 표현은 내면의 회의와 혼란을,
“단무지가 옆을 지킨다”는 문장은 말 없는 동행자, 시적 양심을 나타낸다.
이는 윤동주 시의 핵심 미학
-‘외로움 속의 정결한 우정’-
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오래도록
그릇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익숙한 어둠이 비쳤다.
> 평론
이 마지막 연은 시 전체의 중심이다.
“그릇”은 세상이며 “비친다”는 건 내가 곧 이 세계의 반영이라는 선언이다.
다만 그 속에 있는 것이 **‘검은 얼굴’이 아닌, ‘익숙한 어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윤동주가 부끄러움을 말했던 것처럼, 이 시의 화자 또한
스스로의 그림자와 조용히 눈을 맞춘다.
여기서 윤동주의 정신이 일상의 언어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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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정리:
이 시는 짜장면이라는 일상의 음식을 통해
시대의 상처,
자기반성,
윤리적 고요,
그리고 윤동주의 시정신을 모사하는 깊은 고백 시다.
박성진 시인은 단순한 유머나 패러디가 아닌,
**“윤동주의 시가 오늘 우리 앞에 있었을 때 어떤 풍경을 응시할까”**라는 진지한 질문을
검은 접시와 노란 단무지 안에서 품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