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윤동주의 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윤동주 귀뚜라미


창작시


〈귀뚜라미 — 윤동주의 밤〉


박성진 시인 창작


> 어둠은 내 방 안까지 스며들고

귀뚜라미 울음이 벽을 건넌다


잊은 줄 알았던 약속이

그 울음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한 자락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의 다짐은 촛불 같아


무릎을 끌어안고 듣는다

조국의 슬픔을 등에 업은 소리


소리 지르지 않고 울 수 있는

한 마리 귀뚜라미처럼


나도 오늘 밤은

조용히 견디며 쓰련다


별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도

시는 남아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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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1. 귀뚜라미, 시대의 감청자


윤동주의 시에서 귀뚜라미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그것은 울음을 가진 존재이자, 조용히 외치는 자이다.

밤중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바로 ‘이 시대가 들려주는 슬픔’이며,

‘소리 내지 못한 청년의 절규’이자

‘은밀한 다짐’의 메아리다.


2. 귀로 듣는 역사


윤동주는 늘 눈으로 ‘별’을 보며 시를 썼지만,

이 시에서는 귀로 시대를 듣는다.

그 소리는 총칼 소리도, 연설도, 명령도 아닌

“귀뚜라미 울음”이다.

이 울음은 작고도 깊으며, 들을 줄 아는 자에게

시대의 죄와 슬픔을 모두 안겨준다.

**‘귀뚜라미 = 저항하지 못한 자들의 노래’**로 기능한다.


3. 윤동주의 다짐은 작지만 꺼지지 않는다


“한 자락 바람에도 흔들리는 / 나으리 다짐은 촛불 같아”라는 대목은

윤동주의 흔들리는 내면과, 동시에 꺼지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외치지 않는다.

귀뚜라미처럼 은밀히, 그러나 절절히

시와 양심의 소리를 내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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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말


> 귀뚜라미의 소리는 윤동주에게 있어,

눈으로 보는 별보다 더 생생한 **‘들리는 양심’**이다.

그 울음 속엔 시대의 슬픔이 있고,

민족의 고통이 있고, 시인의 다짐이 있다.

그래서 윤동주는 귀뚜라미를 통해,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시대를 견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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