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4
귀뚜라미-자화상 뒤에 남은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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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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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 자화상 뒤에 남은 울음〉
1939년 윤동주시인 미발표작
박성진 시인 완성함
> 어두운 방 한 귀퉁이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누구를 부르는 것도
무엇을 탓하는 것도 없이
그저 울 뿐이다
귀를 기울이면
내 속에도 그와 같은 울음이
오래전부터 숨어 있었다
나도 울고 싶었으나
눈물 대신 시를 썼다
말할 수 없던 말을
써야만 했고
살아 있는 부끄러움을
넘기지 못해
나는 자화상 속에 나를 묻었으나
귀뚜라미는 묻히지 않았다
오늘 밤도
세상은 조용한데
그 울음만, 너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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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해설
1. 귀뚜라미 — 억눌린 자아의 또 다른 자화상
1939년 윤동주는 「자화상」에서 우물 안의 자신을 들여다보며 부끄러운 자아를 고백했습니다.
그로부터 확장된 이번 시에서, ‘귀뚜라미’는 우물 밖에서 울고 있는 또 하나의 자아입니다.
즉, 우물 안의 자화상은 시인의 고백이고,
귀뚜라미의 울음은 시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죄의식과 슬픔의 파동입니다.
2. 말 대신 울음 — 시대의 금기와 저항
“말할 수 없던 말을 / 써야만 했고”라는 구절은
윤동주가 일제강점기라는 금기의 시대 속에서,
발설할 수 없는 진실을 시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때 귀뚜라미는 울지만 말하지 않는 존재,
윤동주 자신처럼 소리 없는 저항자로 기능합니다.
3. 슬픔이 가라앉지 않는 밤
“오늘 밤도 / 세상은 조용한데 / 그 울음만, 너무 선명하다”는
윤동주 시의 마지막 대목처럼,
고요함 속의 비명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과 압제, 민족의 상처는 숨겨졌지만,
귀뚜라미 울음이라는 ‘자연의 사운드트랙’을ㅔ 통해 숨겨진 시대의 진실이 들립니다.
이것이 윤동주가 들었던 진짜 소리, *“양심의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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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말
> 1939년, 윤동주는 자화상 속에서 자신을 우물에 가두고 반성했다.
그러나 그 우물 밖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의 울음은
시인 자신이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울림이었다.
귀뚜라미는 슬픔을 말하지 않지만, 더 깊이 운다.
그 울음은 ‘민족의 수치’를 껴안고 견디는 시인의 내면이며,
‘자화상 그 이후의 윤동주’가 써야만 했던 밤의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