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침묵



박성진 시인 시


〈침묵〉



말하지 않았다

사랑하기에

말하면

사랑이 깨어질까 두려웠다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너는 울고 있었다

내가 울고 있을 때는

이미 너는 떠났다


달은 매일 뜨지만

네가 있던 자리는

한 번도 다시 차오른 적 없었다

그 자리는 내 침묵으로만 찼다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바람에게 맡겼다

그 바람이

언젠가 너의 귓가를 스치기를


슬픔이란 말을 삼켰다

삼키고 나서야

비로소 슬픔을 알아버렸다


그대여

이 침묵은 말이 아니었다

이 침묵은

기도였고,

유언이었고,

너를 위한

끝없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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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


― 『침묵의 미학: 박성진의 〈침묵〉을 읽다』


박성진 시인의 〈침묵〉은 ‘말하지 않음’을 미학의 중심으로 삼은 서정시이자, 사랑과 상실, 진실의 본질을 드러내는 참묵(沈黙)의 묵시록이다.


첫 연에서 시인은 사랑하기에 말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존재의 절박한 윤리다. 사랑은 말로 표현되는 순간 훼손될 수 있기에, 침묵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언어가 된다.


중간 연에서는 사랑의 어긋남이 '시차'처럼 묘사된다.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너는 울고 있었고, 내가 울 때 너는 이미 떠났다.” 이 구절은 상호 부재의 고통, 혹은 소통의 실패를 초극한 비의적 이미지로, 시간과 감정의 어긋남을 섬세하게 다룬다.


“달은 매일 뜨지만, 네가 있던 자리는 한 번도 다시 차오른 적 없다”는 구절은 반복되는 자연과 반복되지 않는 결핍의 공간을 대비시켜, 사랑의 부재가 남긴 영속성을 강조한다. 그 자리는 침묵으로만 메워진다.

이는 마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는 자성적 감정과 깊이 연결된다.


후반부에 이르러 시는 완전히 무언의 기도문으로 전환된다.

“그대여, 이 침묵은 말이 아니었다 / 이 침묵은 기도였고, 유언이었고 / 너를 위한 끝없는 시였다.”

여기서 침묵은 더 이상 언어의 부재가 아니라, 시 자체가 되는 언어의 심연이다.


박성진 시인의 〈침묵〉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품은 침묵의 역설을 계승하면서도, 윤동주적 고요함과 자성의 결을 함께 엮는다. 말하지 않음이 곧 절정의 표현이 되는 이 시는, 침묵의 언어가 어떻게 영혼의 시간과 상처의 깊이를 담아내는지를 섬세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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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의 한 문장


― 말하지 않음으로 완성되는 사랑, 그것이 박성진 시인의 〈침묵〉이 전하는 침묵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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