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이름으로-윤동주 80주기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침묵의 이름 윤동주



■ 시:


〈침묵의 이름으로 — 윤동주 80주기〉


박성진 시인


나는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헐떡이던 날에도

총칼 아래 눈물 흘린 광장에서조차

입을 다물었다


별을 세며 고개 숙였고

어둠보다 더 짙은 양심 속에서

한 글자, 한 자음에

숨을 덜어놓았다


그리하여 시는

누가 쓰라 하지 않아도

썼고,

누가 보라 하지 않아도

별을 건넸다


침묵은 죄였다

죄는 곧 이름이었고

이름은

조용한 불꽃이었다


나는 외치지 않았다

민주주의여, 네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별들이

총구 앞에 꺼져갔는가


그러나 말이 없었다고

사랑이 없었던 것이 아니듯

묵언의 언어는

잊히지 않는 시간 속에 살아 있다


80년이 지나

나는 또다시 묻는다

너는 지금,

말할 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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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 및 철학적 해설:


《말하지 않은 자의 언어 — 윤동주의 침묵과 한국 민주주의의 윤리》

칼럼니스트 박성진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침묵’을 단순한 부재나 소극성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은 저항의 방식이며 윤리적 선택이다. 윤동주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져야 할 것을 더 절절히 ‘표현’했다. 이 시에서 “침묵은 죄였다 / 죄는 곧 이름이었고 / 이름은 / 조용한 불꽃이었다”는 구절은 바로 그 상징이다.


윤동주의 시선은 시대의 무게를 감내하되, 목소리를 감춘 곳에서 가장 강한 진실을 길어 올리는 시적 직관을 보여준다. 그는 총칼 앞에 꺼져간 별을, 단지 슬픔의 객체로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별은 민주주의를 향한 영혼의 불씨였으며, 침묵은 그 불씨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언어였다.


이 시는 80주기의 오늘, 민주주의의 회복과 윤리의 복원을 우리에게 되묻는다. “너는 지금, 말할 수 있느냐고.”

그 물음은 윤동주 개인에게서 한국 사회 전체로 던져진다. 시인은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해 묻는다. 우리는 지금 ‘말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는가.


결국 이 시는 윤동주의 침묵을 통해, 말하지 않는 자의 말, 즉 부재 속에 존재하는 진실의 시학을 되살리고자 한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침묵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계속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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