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석류석의 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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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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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유랑자 박성진
한 알 붉디붉은
피의 눈동자가
지층 아래서 터진다
무명 병사의
심장에 박힌 기억이
보석이 되어
아직도 숨 쉰다
대륙붕의 무게를 이고
가열된 영겁을 버텨낸 끝에
균열이 시작됐다
나라를 반으로 찢고
이념이 갈라놓은 혈맥 속에
석류석 하나,
조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남한과 북한 사이,
DMZ 그 한가운데서
피는 돌이 되고
돌은 다시 피를 흘린다
누가 이 깨진 붉음을
전쟁의 낙인이라 부르랴
그건
다시 빛나기 위한
깨어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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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석류석의 깨어짐」은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유산을 내면화한 광물의 메타포를 통해, '석류석'이 단지 광물의 이름이 아닌, '피와 심장의 기억'으로 승화되는 시적 장치로 사용된다.
석류석은 보통 사랑과 정열, 심장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이 시에서는 전쟁의 피, 특히 무명 병사들의 희생이 응축된 붉은 결정을 상징한다.
시인은 석류석이 가열되고 버텨내다 '금이 간다'는 표현을 통해, 한반도 민중의 오랜 고통과 내면의 울림을 그려낸다.
특히 “누가 이 깨진 붉음을 전쟁의 낙인이라 부르랴”는 문장은, 깨어짐을 통해 새로운 빛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의 서사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고통의 재현이 아니라, **역사의 전환을 향한 은유적 '광물의 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