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 기도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백금의 기도



5. 백금의 기도


시의 유랑자 박성진


나는 말하지 않는다

영겁을 견딘 자는

말의 부질없음을 안다


나는 흘러내리지 않는다

불의 시험도

나를 녹이지 못했다


백금,

나는 남과 북의 무게를

한 몸에 이고 선다

지도 위, 선 하나를 따라

금속보다 더 단단한 침묵으로


누구는 나를 귀하다 하고

누구는 나를 감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땅의 기도가 얼마나

묵직한지를


나는 기도한다

깊은 지하에서,

한 문장도 허투루 새기지 않는

절묘한 인내로


무너진 신뢰의 돌무더기 사이

언젠가,

다시 연결될 길목에

나의 무게가

기둥이 되기를 바라며



---


작품 해설


「백금의 기도」는 희귀 금속인 **백금(Platinum)**을 시의 화자로 삼아,

그 강인하고 부식되지 않는 특성을 한반도 분단의 고요한 인내와 불굴의 염원에 비유한 시입니다.


백금은 금보다 귀하고, 쉽게 부식되지 않으며, 오랜 시간에도 형태를 유지합니다.

시인은 이 광물에 ‘말하지 않는 고귀함’, ‘연결을 기다리는 무게’,

그리고 ‘기도하는 금속’이라는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 “나는 남과 북의 무게를 / 한 몸에 이고 선다”

는 시구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

남과 북의 긴장과 고요, 그 이음새를 감내하는 백금의 메타포로 읽힙니다.




결국, 이 시는 정치도, 전쟁도, 이념도 모두 지나간 후

“광물의 기도가 남는다”는 선언이며,

광물이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아 기억할 **‘침묵의 역사서’**가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작가의 이전글탄화철의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