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루비의 통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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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핏빛 루비의 적색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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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유랑자 박성진
붉디붉은 날갯짓,
나는 한 점의 루비
비둘기 심장에서 꺼낸
핏빛 기억이다
사랑이 쏟아진 자리에서
폭격이 일었고
입맞춤보다 먼저
피가 입술을 물었다
남북의 휴전선 위
나는 발화되지 못한 시어,
적색으로만 울부짖는
무언의 노래였다
비둘기여, 네가 날았던 하늘은
지금도 감시선이 흐르고
너의 깃털은 분단의 페이지마다
붉은 낙관처럼 찍혀 있었다
나는 너의 심장에서
폭발한 감정의 결정,
영원히 정제되지 못한
광물 같은 시였다
핏빛은 공포가 아니라
끝내 사랑이었다
이념보다 앞선 숨결,
분단보다 깊은 체온
나는 부서지지 않는다
피로 쓴 시는
돌보다 단단하고,
그리움보다 더 붉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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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비둘기 핏빛 루비의 적색 시」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희생과 사랑, 열정, 피를 상징하는 **루비(Ruby)**를 융합하여
한반도 분단의 비극과 그 너머의 뜨거운 염원을 상징화한 작품입니다.
비둘기는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는 그 비둘기의 심장에서 추출된 '핏빛 루비'를 통해
전쟁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역설을 드러냅니다.
“핏빛은 공포가 아니라 / 끝내 사랑이었다”라는 구절은
루비가 단지 전쟁의 피가 아니라,
통일을 향한 정열, 그리움, 상처 속의 사랑임을 선언합니다.
이 시는 감상자에게 묻습니다.
"적색은 두려움의 색인가, 사랑의 색인가?"
그리고 그 응답을,
한 줄의 '시'가 아니라 하나의 '광물'로 새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