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계-바람의 시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한국의 사계-바람의 시



《한국의 사계 — 바람의 시》


박성진 시인


1. 봄 — 꽃비의 약속

어느 날, 바람이 먼저 다녀갔다

아무도 몰래 매화 가지에 입을 맞추고

들녘엔 이름 모를 풀잎들이 눈을 떴다.

그대의 고운 웃음이 생각나

나는 꽃비 아래, 오래도록 서 있었다.


2. 여름 — 녹음의 속삭임

그늘은 점점 짙어지고

매미의 울음은 정오를 흔들며 피어났다.

소낙비가 스며든 오후엔

우산 아래 두 사람의 어깨가 가까워졌다.

여름은 언제나 눈부신 고백이었다.


3. 가을 — 황혼의 편지

단풍잎 하나가 내 어깨에 내려앉을 때

나는 오래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추억은 익어가는 햇살처럼 따뜻했고

하늘은 말을 아끼며

그리움을 천천히 흘렸다.


4. 겨울 — 첫눈의 침묵

그날 밤, 세상은 숨을 죽였다.

처음 내린 눈이 창밖에 머물며

너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하얀 고요 속에

나는 다시, 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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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사계의 변화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감정


이 시는 한국의 사계절을 시간의 서사적 흐름으로 엮으며,

계절이 바뀔수록 달라지는 인간의 내면 정서를 따뜻하게 담아냅니다.


봄은 바람과 꽃비 속에서 깨어나는 설렘의 계절입니다.

생명이 움트는 장면은 마치 첫사랑의 기억처럼 다가옵니다.


여름은 찬란한 햇살과 굵은 비로 감정을 더욱 격렬하게 분출시키고,

삶의 활기와 젊은 열정을 노래합니다.


가을은 성숙과 회상의 계절로,

붉게 물든 단풍처럼 추억과 그리움이 무르익는 시간입니다.


겨울은 하얀 눈 속의 침묵으로 모든 감정을 잠시 쉬게 하는 계절이며,

이 고요는 다시 봄을 기다리는 내면의 순환과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계절의 변화는 곧 인간 감정의 순환이며,

우리의 삶도 그 속에서 익고 식고 다시 피어나는 자연의 시입니다.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어우러지는 한 편의 서정적 교향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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