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아 깨어나라-여름 편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깨어난 여름 들판



〈들판아 깨어나라 — 여름 편〉


박성진 시인


들판아, 깨어나라

장마의 물결이

너의 등을 쓸어내리고

천둥이 북처럼 가슴을 울린다


햇살은 창처럼 내리 꽂히고

모내기의 손길은

어느새 검게 타서

노을보다 깊어진다


뿌리내린 쌀알들

숨죽여 뜨거움을 견딘다

농부의 발등 위로

한낮이 쏟아진다


들판아, 깨어나라

풀벌레의 울음조차

지금은 함성이다

흙 속의 생명들이 들끓고 있다


비닐 위에서

자라는 참외의 땀방울

고추의 울컥한 붉음

수박의 심장처럼 뛰는 여름


이 계절의 불꽃 속에서

너는 가장 푸르게 살아야 한다

들판아, 숨 쉬어라

여름은 너를 위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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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는 여름을 배경으로 한 들판의 생명력과 노동의 정점을 노래합니다. ‘장마’, ‘천둥’, ‘햇살’, ‘모내기’, ‘참외’, ‘고추’, ‘수박’ 등 계절의 상징들이 등장하며, 민중의 삶과 자연의 숨결이 겹쳐집니다. 특히 “풀벌레의 울음조차 지금은 함성이다”는 시구는 여름 들판의 소리와 시대의 울림을 연결하는 핵심 구절입니다.


“여름은 너를 위해 태어난다”는 마지막 구절은 단순한 자연의 순환을 넘어, 들판을 중심으로 한 민중적 존재의 찬가로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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