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렌즈에 담은 사막, 그 신비로운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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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사막, 그 신비로운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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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셔터를 누르기 전,
나는 멈추어 묻는다
이 침묵은 몇 세기의 것인가
이 빛은 몇 번의 소멸 끝인가
모래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래 언덕의 곡선은
지워진 고대의 필사본처럼
숨죽여 혼잣말을 하고 있다
렌즈 너머,
빛이 타오르고 그림자가 무너진다
한 줄의 낙타 자국이
시간의 무게를 끌고 간다
나는 묻지 않는다
사막은 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조용히,
셔터 하나로 바람을 접는다
뒤틀린 바위, 바람의 칼날,
무언가를 끝내 지워버린 신의 손끝
거기에도 혼은 있다
붉은색, 짙은 황혼, 목마른 별빛 속에
렌즈는 그것을 다 담을 수 없다
하지만 그때
빛의 찰나에 사막은 말했다
“나는 생명보다 오래된 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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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는 사진가 혹은 시인의 시선을 통해 사막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서, 사막에 *혼(魂)*이 있다는 철학적 고찰로 나아가며,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단순한 촬영이 아닌 ‘존재에 대한 응답’이라는 메타포로 작용합니다.
“모래 언덕의 곡선 = 고대의 필사본”
“한 줄의 낙타 자국 = 시간의 무게”
“렌즈 하나로 바람을 접는다”
이러한 시어들은 사막의 정적 속 움직임, 무언 속 언어, 침묵 속 역동성을 담아냅니다.
결국 마지막 연에서 사막은 초월적 존재처럼 말하죠:
> “나는 생명보다 오래된 혼이다.”
이는 사막을 바라보는 이가 결국 자신의 근원과 침묵의 깊이를 마주하게 된다는 시적 통찰이자, 예술과 존재에 대한 성찰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