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매도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관매도



《관매도》


― 박성진 시인


파도는 말이 없고

섬은 오래 듣는 쪽이었다


관매도, 그 짧은 이름에

천년의 적막이 눕는다

소나무 숲, 굽은 등허리로 바람을 막고

매화는 피지 않아도 매화라 불렸다


여기선 기다림이 시간을 만든다

닿지 않는 것들만이 남는다

먼바다에서 밀려온 생각 하나

모래에 눕고, 다시 밀려가고


섬의 하루는 조용히 삭는다

말을 줄이고, 발자국도 줄이고

내 마음의 중심이

드디어 흔들리지 않는 곳을 만났다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관매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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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박성진 시인의 시 「관매도」는 전라남도 진도의 작은 섬, 관매도를 단지 한 여행지로가 아니라 존재의 무게를 비우는 공간, 침묵의 미학이 살아 있는 섬으로 그려냅니다.


시의 초반 “파도는 말이 없고 / 섬은 오래 듣는 쪽이었다”는 구절은, 관매도의 존재론적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곳은 말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 소유하는 곳이 아니라 비워내는 곳입니다.


특히 “기다림이 시간을 만든다”, “닿지 않는 것들만이 남는다”라는 구절은 시인의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문명사회에서는 시간은 소비되고 측정되지만, 이곳에서는 기다림이라는 감각을 통해 시간은 되살아나며 존재의 깊이를 갖습니다.


관매도는 시인의 ‘내 마음의 중심’을 찾아주는 섬입니다. 말하지 않고도 존재가 완전해지는 공간. 이는 곧 시가 닿고자 하는 최종 지점, 언어 이전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마지막 연의 “그것이 전부였다”는 절제의 언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지만 모든 것을 담은 완전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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