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봄날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마지막 봄날





마지막 봄날


박성진 시인


벚꽃비를 맞을 때

너의 숨결이

내 어깨에

조용히 앉는 줄 알았어


나는 말을 아꼈고

꽃잎들은 묻지도 않았지

봄이 끝난다는 걸

우리 둘 다 알면서도


네 입술에 닿기 직전의 말들

차마 피워내지 못한 채

꽃잎처럼 무너지던 오후


어디에도 닿지 못한 마음은

바람을 따라 한참을 맴돌다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와


그날 이후

봄은 다시 오지만

그해 마지막 봄날엔

네가, 아직 젖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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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론


박성진 시인의 「마지막 봄날」은 한 계절의 끝자락에서 피어오른 애틋한 정서와 미완의 고백을 중심으로 구성된 서정시다.


시의 첫 행 “벚꽃비를 맞을 때” 는 계절적 정서와 함께 ‘기억의 문’을 여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너의 숨결이 / 내 어깨에 / 조용히 앉는 줄 알았어”라는 표현은 사랑의 잔향이 아직 몸에 남아있는 듯한 착각을 통해, 떠나간 존재의 부재를 오히려 생생하게 그려낸다.


중앙부에서는 “나는 말을 아꼈고 / 꽃잎들은 묻지도 않았지”라는 문장을 통해 인간관계의 단절 혹은 침묵의 미학을 보여주며, 피할 수 없는 이별의 분위기를 꽃잎의 낙화와 연결시킨다. 시인은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차분하게 감싸 안고 있으며, 이로써 정제된 감정의 울림이 더 깊어진다.


후반부의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와”라는 구절은, 떠나간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을 간직한 자기 내면으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시인은 이별을 잊지 않고, 그것을 감정의 정수로 응축해 낸다. 마지막 연 “그해 마지막 봄날엔 / 네가, 아직 젖어 있어” 는 봄이라는 계절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감정의 기억으로 저장된 공간임을 암시한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말하지 못한 사랑, 피우지 못한 감정, 흩날리는 꽃잎 같은 마음의 기억을 통해, 독자에게 사랑의 부재가 남긴 따뜻한 슬픔을 선사한다. 차분하지만 깊이 있는 이 시의 감성은, 한 계절을 보낸 모든 이에게 작은 떨림과 사유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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