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구름 위의 묵시록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마추픽추



〈마추픽추, 구름 위의 묵시록〉


박성진 시인


돌 위에 돌을 얹은 것은

시간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구름은 낮은 말투로

폐허를 더듬고

햇살은 돌의 이마에 묻은

눈물의 이름을 부른다


언제부턴가

신의 계단은 사람의 무릎을 꿇리고

잊힌 제국은

바람의 혀로 시를 썼다


나,

윤동주와 함께

그 언덕에 앉아

한 줄의 별을

잉카의 돌담에 새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그는 아직도 기도하고

나는 고요히

마추픽추의 폐허에서

조용히 그의 시집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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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 〈윤동주와 함께 본 마추픽추의 폐허, 별의 시학〉


이 시는 안데스 고원의 고도에서 윤동주의 시 정신을 다시 호흡하는 일종의 시적 순례다. 첫 연에서 "돌 위에 돌을 얹은 것은 / 시간이 아니라 침묵이었다"라는 표현은 윤동주 시인이 자주 응시하던 '침묵과 시선'의 구조를 잉카 문명에 대입한 장면이다.


시인은 윤동주의 “하늘을 우러러”라는 구절을 빌려, 하늘과 별, 인간의 내면을 동시에 관통하는 신비로움을 마추픽추의 폐허 속에서 구현한다. 돌의 이마, 바람의 혀, 제국의 무릎 등 윤동주적인 시어들이 안데스 산맥 위의 시간성과 고독을 환기시키며, 과거의 신비와 현재의 존재가 만나 묵시록적 감정을 이끌어낸다.


윤동주와 함께 마추픽추를 걷는 이 상상은 단지 여행이 아니라 ‘별과 시와 역사’를 이어 쓰는 하나의 정신적 유산이며, 시는 침묵 속에서 부활하는 윤리적 순례의 노트이자 시인의 내면 여행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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