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3가 돼지국밥집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종 3가 돼지 국밥집

《종 3가 돼지국밥집》

– 박성진 시인


노인들은 천천히 국물 속에 몸을 담근다

기억의 돼지뼈를 우려낸 듯

하루가 진하게 스며든 국밥 한 그릇


누군가는 말이 없고

누군가는 말이 너무 많다

혀 끝에서 삶은 부드럽고, 눈빛에선 질기다


단백질은 값싸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 있는 인생의 농도는

얼마나 짠지, 얼마나 오래 끓였는지


허기란 말이 배고픔만은 아니다

그릇을 내려놓는 손끝에

어쩌면 마지막 안식이 묻어 있다


스테인리스 수저에 비친

내 얼굴도, 저 어르신들의 얼굴도

한 그릇 값만큼은 먹고 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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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박성진 시인의 시 「종 3가 돼지국밥집」은 단순한 식당 풍경을 넘어선 인생철학의 공간을 그려냅니다. 종로 3가라는 공간은 서울의 오래된 거리이자 노년층의 안식처로서, '돼지국밥집'은 배고픔을 채우는 곳인 동시에 기억과 사념, 인생의 뒷맛이 깊게 우러나는 정신적 '식당'이 됩니다.


국밥 한 그릇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하루가 진하게 스며든" 삶의 응축물로 비유되며, 노인들의 ‘말 없음’과 ‘말 많음’은 삶의 반응 방식으로 다채롭게 존재합니다. 시는 “허기란 말이 배고픔만은 아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물리적 식사보다 더 깊은 정신적 공복, 사회적 소외의 풍경까지 품어냅니다.


이 식당은 ‘성지’입니다. 은퇴 후의 허무, 낮은 연금, 사회적 단절 앞에서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국밥 한 그릇. 시인은 “한 그릇 값만큼은 먹고 살 자격이 있다”는 구절로,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생의 최소 조건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합니다.


종 3가의 국밥집은 결코 낡은 식당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인간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는 시적 성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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