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생태문학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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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 생태문학 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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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고백과 박성진의 선언이 바람 속에서 부딪힌다
> 바람이 분다
죽은 나무에도 속삭이는 바람
국경을 넘는 숨결 하나
그 바람은 누구의 입김이었을까
윤동주는 말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나는 오늘의 언어로 답한다
“잎새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사람이 괴로웠다”라고
초소 위에서 흔들리는
까치밥나무 한 줄기
비무장지대 철책 너머,
바람은 여전히 자유였다
누군가는 이 바람에 총구를 들이대고
누군가는 이 바람에 기도를 실었다
우리는 이제 말한다
별을 노래하듯
바람을 기록하자
역사의 먼지를 털어낸
풀잎 하나,
그 떨림에서
다시 시를 시작하자
바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며
누구의 것으로도 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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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해설: 바람을 생명의 언어로 듣는 시
1. 윤동주의 시심을 생태로 확장하다
윤동주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다”는 구절은
내면의 윤리적 자각과 감수성의 전범입니다.
박성진은 이 감정을 DMZ의 현실 속 바람으로 확장하며,
단순한 감정이 아닌 역사적 고통의 생태적 전환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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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람: 생명과 자유, 동시에 위협과 기도
시 속 바람은 자유의 은유입니다.
그러나 그 자유조차 총구로 위협받는 장소가 **분단의 상처, 비무장지대(DMZ)**입니다.
그럼에도 바람은 사라지지 않고,
풀잎의 떨림 속에서 시는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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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태문학의 선언으로
“별을 노래하듯 / 바람을 기록하자”는 시구는
윤동주의 정신을 박성진의 서정으로 계승한 선언입니다.
더 나아가 이는 **생태문학의 철학이자 시작을 알리는 서시(序詩)**입니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존재 전체의 윤리적 호흡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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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바람이 불어〉는 단지 시가 아니라
이 땅의 바람이 어떤 고통과 자유를 품고 흘렀는지에 대한 생태적 증언입니다.
윤동주의 별의 침묵, 박성진의 DMZ의 고백이
이 시에서 하나로 합쳐져,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숨결을 시로 증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