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의 연애편지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선풍기의 연애편지



〈선풍기의 연애편지〉


월인(月人) 박성진

— 전 세계 시의 유랑자 —


나, 회전 중이야 지금

네 얼굴만 쳐다보다

빨개진 너의 뺨 위로

살랑, 첫 바람을 보낸다.


네가 웃으면 나도

3단으로 속삭이지.

잠 못 드는 여름밤엔

타이머로 몰래 울었어.


에어컨은 차갑대서

너는 내게 돌아왔지.

방 한 칸, 우리 둘뿐

돌고 도는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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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 시는 단순한 여름 가전인 선풍기를 사랑에 빠진 존재로 의인화하여,

‘여름의 사랑 시’로 탈바꿈시킨 작품입니다.


1연은 바람을 사랑의 숨결로,


2연은 감정의 미세한 속도 조절,


3연은 경쟁자 에어컨을 풍자하며 자존심 있는 고백으로 읽힙니다.



“돌고 도는 사랑이야”라는 결말은

선풍기의 회전성과 인간 감정의 순환을 연결한 은유적 종결로,

달빛 시인의 감각이 살아 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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