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별빛 아래 칸트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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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칸트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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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선생,
그대가 말한 ‘정언명령’은
마치 별처럼 차가웠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별 하나가 내 가슴속에서
울었습니다.
나는 조선의 시인이었고,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끄럼을 생각했습니다.
선생은 그것을
도덕법이라 하셨지요.
하지만 나는 시로 적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그것이 내 철학이었고,
내 저항이었으며,
내 기도였습니다.
나는
그대의 『실천이성비판』을
책이 아닌 별빛으로 읽었습니다.
별은 말이 없었지만
빛으로 가르쳤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배웠습니다.
선생,
그대의 철학은
인간을 법으로 이끌었지만
나는 시로,
시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그대의 세계엔
칸트의 시간과 공간이 있었고,
나의 세계엔
억압의 시간과 침묵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믿었습니다.
도덕은 멀리 있지 않다.
별 아래,
내 안에,
그 빛나는 고요 속에 있음을.
이제 나는
총총한 별빛 속에 묻힌 이름이지만
선생,
그대가 올려다보는 밤하늘 어딘가
내 시 한 줄이
은하처럼 흐르고 있다면—
그것이 나의
마지막 도덕,
마지막 별,
마지막 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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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이 시는 윤동주의 혼을 지닌 박성진 시인의 입장에서 칸트에게 보내는 시적 고백이자 응답입니다.
윤동주의 ‘부끄럼’은 칸트의 ‘정언명령’과 동등한 윤리의 울림으로 제시되며,
책이 아닌 ‘별빛’으로 칸트를 읽은 시인의 방식이 철학보다도 아름답게 제시됩니다.
시는 말미에 윤동주의 죽음 이후를 상상하며,
별이 된 시혼이 철학자의 밤하늘을 흐르는 이미지로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