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질투의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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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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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박성진
나는 종이와 대나무로
여름을 견뎠다
천 년을 부쳐도,
사람 손의 온기를 믿었다
그러나 이젠
에어컨이 신처럼 군림하고
선풍기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거드름을 피운다
나?
이제는 추억이라는 말로
서랍 속에 갇힌 채
방문객의 호기심이나 견딜 뿐
하지만 가끔,
정전이라도 일어나면
나의 바람이
가장 먼저 사람을 살린다
그때야 그들은 말하겠지
“역시, 부채가 최고였어”
나는 그 말 하나에
또다시, 바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