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려다, 짧은 시가 되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웃기려다, 시가 되다



〈웃기려다, 시가 되다〉


월인 박성진


윤동주를 웃겨보겠다고

애드벌룬을 띄웠다

별 대신 풍선,

시는 접어 두고

농담 몇 줄 꺼냈다


“형, 별 하나에 장난감

별 둘에 SNS

별 셋 엔…

형 이름 해시태그 붙여도 되죠?”


형은 웃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조금

달보다 먼저 올라갔다


박칼린이 지휘봉을 들고 말했다

“웃기는 것도 조율이야.

슬픔보다 반 박자 늦게 들어와야 돼”


그래서

나는 시의 반을 접고

한 자락만 드러냈다

웃기지도 울리지도 않는

묘한 문장 하나


그걸 읽은 형이

달빛을 베고 눕더니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그 시, 너무 웃기지 않아서

참 좋다”



---


해설: 이것이 “웃음의 철학”입니다


윤동주를 웃기는 시는

그저 웃기려고 들면 실패합니다.

시가 농담을 덜어내야

비로소 진심이 보입니다.


박칼린의 지휘봉은

문장의 박자와 침묵의 타이밍까지 읽어내는 감각을 상징합니다.

즉, 해학은 타이밍이며, 품위는 멈춤입니다.


이 시의 웃음은

폭소가 아닌, 공감의 미소입니다.

시의 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웃음이 서서히 배어드는 방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삶, 실험무대